<대설주의보> 이우아

 

언니, 내가 뭐 운명 같은 거 믿는 어린앤 줄 알아요? 사실 엄청 믿고 있었는데. 거짓말이 눈처럼 쌓여갔다. 이름을 못 불러서 너는 내 안에서 매일 커졌지 위장에서 간에서 심장 에서 매일 커졌지 살색 먹구름이 꼈지 술만 먹으면 네 이름이 목구멍을 비집고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지 주의보가 내리겠지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 애인들은 모조리 버렸지 속삭 이는 애인을 갖고 싶었다 아무도 없었지 언니, 내가 잃는 거 따지면서 무서워하겠어요? 사실 너무 무서웠는데. 너무 두려워서 불도 켜고 잠을 자야 했는데. 뒷굽이 닳아버린 한파가 온다는데. 눈이 내리면 우산 씌워주는 애인 말고 같이 누워 버둥거릴 애인 하나 갖고 싶었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