021 당신은 파도처럼 왔다가 숲이 될 거야

문장

나직하게 이야기하셨다 내가 데리고 다닐게, 하고

본문

경면주사

경면주사; 치매에 걸리고도 나를 알아봤던 그 때 손에 몰래 쥐어주시던 붉은 결정들 나는 그게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른 채로 지레짐작 할 뿐이다 이미 귀가 어두워져 말조차도 어눌하게 둥글어진 할매의 말은 듣고 싶어도 미처 들을 수가 없었으니까

발인 당일에는 하늘이 흐렸다 다음 날 비가 온다고 했다 비가 오면 벚꽃은 전부 떨어질 것이었다 어머니는 할매의 관이 든 리무진 뒤를 좇는 버스에 탄 채로 중얼거리셨다 치매에 걸린다면 만일 내가 모든 걸 잊는다면 나는 길치라서 분명 헤맬텐데 그러면 아버지는 벌벌 떨리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직하게 이야기하셨다 내가 데리고 다닐게, 하고

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 눈 닿는 모든 곳이 꽃이었다 목련 벚꽃 개나리 민들레 진달래 오만 봄꽃이 뒤섞여 어지러이 흐드러졌는데 그 사이 산등성이에 무리 지어 핀 냉이만이 눈에 밟히더라 참으로 들풀같은 죽음이었다, 우리 할매

작가 정보

필명차수민
계정mossagate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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